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는데 팬분들이 떠나지 않고 기다려주셨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가수 임재범이 자신의 아픈 추억을 삼킨 채 팬들을 위로하는 정규 7집을 완성했다.
임재범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이제는 내가 팬들에게 기대는 거 같다”며 공백기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7년간의 공백기 동안 음악도 듣지 않았고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TV 화면 속에서 웃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조차 버거웠다. 아내인 뮤지컬 배우 송남영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2020년에는 아버지마저 여의었다.
임재범은 “그냥 힘들었다. 상처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아 쓰러지고 또 쓰러지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정규 7집 ‘세븐 콤마'(SEVEN,)의 3막 ‘기억을 정리하며…’는 공백기 동안 불행을 홀로 감내해야 했던 임재범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겼다.
앨범 3막의 대표곡 ‘아버지 사진’은 그동안 원망하기만 했던 아버지와 사별한 후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 자식의 사부곡이다.
임재범은 ‘차가운 길목에 서서 참 오래 기다렸었죠’라는 노랫말로 아버지를 향한 미움을 드러내다가도 ‘이별은 미움을 덮죠’라고 읊조리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다.
임재범은 “아버지를 많이 미워했다”며 “아버지가 떠나고 나니, 가사처럼 이별은 미움을 덮더라”라고 말했다.
‘내가 견뎌온 날들’은 인생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이별’에 초점을 맞춘 노래다. 작곡가 윤상이 도입부를 맡고 임재범이 후반부 멜로디를 만들어 호소력 짙은 팝발라드 곡으로 완성했다.
임재범은 “이별한 소중한 존재들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의미를 담은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이별 그 자체를 담담히 받아들인 임재범은 발라드곡 ‘너란 사람’을 통해 자신에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인 딸을 향한 깊은 사랑을 내보인다.
그는 ‘살고 싶은 까닭, 살아야 할 이유, 나에게 내일이 되어줄 너란 사람’이라며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임재범은 “제가 딸한테는 친구처럼 대해서 노래가 잘 안 나올 때 고민을 털어놓곤 했다”며 “그때마다 딸은 ‘아빠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응원을 해줬다”고 전했다.
이번 음반은 임재범의 7년의 공백기를 표현하는 ‘세븐’에 이제 휴식을 멈추고 전진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콤마’를 합쳐 이름을 붙였다.
무대로 돌아온 그는 내달 29∼30일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오랜만의 공연인 만큼 부담감이 있는 건 당연하다.
“7년이란 세월은 저에게 너무 긴 세월이었고 소리를 되찾았는지 두려운 마음도 커요. 그래도 저를 바라보고 오신 분들이기에 예전 같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모습대로 최선을 다해서 노래하겠습니다.”
‘세븐 콤마’는 지난 6월 공개한 프롤로그곡 ‘위로’를 포함해 온라인으로 발표한 1∼3막의 음원에 에필로그곡 ‘홀로 핀 아이’와 보너스 트랙 2곡을 합쳐 총 13곡이 담긴 실물 음반을 공개한다.
‘너를 위해’, ‘비상’ 등 작사에 참여한 작사가 채정은이 ‘너란 사람’을 제외한 12곡의 작사를 맡았다.
임재범은 1986년 밴드 ‘시나위’ 1집으로 데뷔한 후 폭발적인 가창력과 호소력 깊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너를 위해’, ‘비상’, ‘고해’,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을 발표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임재범은 “제 인생에서 노래는 숙명인 거 같다”며 “힘든 시간 동안 노래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정말 컸지만, 결국엔 내가 원하는 길과 가야 할 길이 다른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