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오후 11시 59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C-17 수송기에 미군 현지 대피작전을 지휘한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 육군 82공수사단장과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대리가 탑승했다. 중무장한 도나휴 단장을 끝으로 문이 닫히자, 수송기는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했다.
미 국방부는 트위터에 도나휴 단장의 탑승 모습을 야시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공유하며 “도나휴 소장이 아프간을 떠나는 최후의 미군이 됐다”면서 “카불에서 미국의 임무가 종료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미군 수송기가 사라지자 공항 주변 도로에서는 이를 기념하듯 자동차 경적과 휘파람,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를 비추고 밤하늘에 축포도 쏘아 올려졌다.
이는 외신들이 전한 미군의 아프간전 마지막 철수 모습이다. AP통신은 “미군이 떠난 공항 활주로에서 탈레반 차량이 경주하듯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이날 아프간 카불에는 미군 철수에 환호하는 탈레반 모습과 함께 불안감, 공포에 휩싸인 주민 모습 등이 동시에 연출됐다. 미군 철수 마지막 날 카불공항에는 아프간 탈출 ‘막차’를 타려는 인파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렸지만 사실상 ‘체념의 분위기’가 일대를 뒤덮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처 탈출 수송기에 오르지 못한 몇백 명은 한동안 공항 주변을 맴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 시내 은행 앞에는 탈레반 집권에 현금 거래 제재를 우려한 주민들이 현금을 뽑기 위해 길게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뒤, 은행들은 영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현재 현금 부족으로 인해 인출 등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중앙은행은 지난 28일 민간 은행에 영업 재개를 명령하고, 1인당 현금 인출 금액을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