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상승과 하강은 지구의 유서 깊은 리듬 가운데 하나였다. 12만 년 전 마지막 간빙기 동안 지구 기온은 지금과 비슷했지만, 해수면은 지금보다 6∼9m 높았다.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의 절정에는 지금보다 120m나 낮았다.
지구의 오랜 역사를 비춰봤을 때, 해수면의 상승과 하강은 이렇게 늘 있었던 일이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해수면은 서서히 올라갔다가 서서히 내려갔다. 그러나 지구의 이 같은 리듬에 인간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해수면의 상승 속도는 가팔라졌다.
미국의 작가 겸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이 쓴 ‘물이 몰려온다'(북트리거)는 지구 온난화로 촉발된 해수면의 상승을 경고한 책이다. 책은 해수면 상승에 따라 도시는 물에 잠기고, 문명 세계는 재구축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화석연료가 그린란드와 남극 빙하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전인 20세기에만 해수면은 15㎝ 상승했다. 오늘날 바다는 지난 세기에 기록한 것보다 2배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예견되는 세계는 암울하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의 2017년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해수면 상승 폭은 2100년까지 최소 0.3m에서 최대 2.5m에 이를 수 있다.
지구 기온도 추세적으로 상승한다. 기후 상승의 가파른 속도 탓에 인류가 침수에 대비할 수 있는 도로와 건물, 해안 방벽을 세울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하다.
저자는 “연안 도시를 살리는 최상의 방법은 화석 연료 이용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만약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면 해수면 상승은 이번 세기에 0.6m에 그칠 것이고, 인류는 재앙을 모면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저자는 내다본다.
그러나 “화석 연료 파티”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번 세기말 해수면이 1.2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확인된 화석연료를 완전히 소진한다면 수백 년 동안 바다는 60m 이상 상승해 사실상 세계 주요 연안 도시는 모조리 침수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미 해수면 상승에 따른 연안 도시의 피해는 진행되고 있다.
저자는 상습 침수를 겪는 운하 도시 베네치아, 매년 18m씩 해안선이 잠식되고 있는 알래스카의 원주민 마을, 허리케인에 초토화된 뉴욕, 해수 침투로 민물이 부족해 식수 및 토양 염류화 문제를 겪는 마셜제도 등을 그 예로 든다.
저자는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도 인류는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고급 콘도가 즐비한 미국 마이애미비치의 경우, 주의 주력 산업인 부동산과 관광 침체를 우려해 주 정부가 해수면 상승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티파티 공화당원들은 기후 변화를 아예 부정하고 있다. 심지어 해수면 상승을 “좌파의 용어”라고 단언하기까지 한다.
저자는 “천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넋 놓고 있다가 삶아져 죽게 되었다는 우화 속 개구리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다”고 경고하면서 재난이 닥치기 전에 어렵고, 값비싸며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연합뉴스